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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ER'S DIARY

(입을) 옷 없는 사람들

사도 사도 옷이 없는 당신에게

"아 입을 옷 없어"... 입버릇 같지만 사실이다.

물론 정량적¹ 관점으로 본다면··· 입을 옷이 없다는 건 배부른 거짓말이다. 한 주에 두세 장은 무언가를 꼭 산다. 이처럼 탄탄하고 성실한 소비 습관은 본디 좁은 내 방을 더욱 복닥복잡하게, 너덜한 내 잔고와 가계부를 더 헤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미덕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역시 난 없는 옷을 애써 꿰맞추다 겨우 제시간에 출근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최근 '우리'가 옷 없는 이유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1) "있잖아. 실은 입고 싶어서 산 건 아니었어"
마음이 허할 때 걔는 영화를 보고 쟤는 음악을 듣는다. 나는 옷을 본다. 보다 보니 사고 싶더라고. 충동구매의 말로는 대체로 '번개장터' 행이지만.

2) "입으려고 샀어. 근데 입을 옷이 아니더라"
내 경우는 주로 돈 때문이었다. 합리적인 소비를 외치며 최적의 차선을 택했다. 결과는 한 번 입고 방치.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싼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나이와 함께 챙겨야 할 경조사도 늘었다. 괜찮은 재킷 하나 있으면 너도나도 편할 텐데··· 눈에 차는 아이템은 가격이 부담스럽고 가성비 블레이저는 일회성일 느낌이 다분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몇 개의 셋업을 사고, 같은 수만큼 팔았다.

결국 입을 옷이란 '기본에 충실한 잘 만든 옷'이다. 다양한 TPO에 활용 가능한, '잘' 만든 옷은 고민 없이 손이 가 많은 추억을 함께 난다. 만약 당신이 최선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의 방향을 따르기를 권한다. 결국 그게 더 합리적인 소비더라고.


* 양을 헤아려 정하는 것.

하나만 갖추면 경조사 끄떡없는 블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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