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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O GO

주말에 어디 가지 #6 혼책과 혼술



책 한 장, 술 한 모금

여름이 끝나가나 싶지만, 여전히 더운 8월이죠. 열대야도 기승이고요.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는 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응시하기 보단 슬리퍼를 질질 끌며 책을 읽으러 가는 건 어떨까요? 더위와 갈증을 해소할 술 한 잔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점차 길어져가는 여름 밤, 목을 축일 술과 홀로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요즘 신당동이 '힙당동'이라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당역 1번 출구와 12번 출구 사이 골목길에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트렌디한 지역으로 급부상한 거죠. 신당동 떡볶이 타운을 벗어나 청구역과 약수역 사이에 위치한 '소수책방'은 행정구역상 신당동에 위치해있지만, 왁자지껄한 힙당동의 분위기와는 달리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수책방은 <소외의 초상>이라는 책을 집필한 김문 작가가 만든 독립 서점이에요. 작업실이자 모임 공간으로 만들었다가 자연스럽게 책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벽 한쪽을 장식한 책장과 캐비넷에 진열된 책들, 아기자기한 엽서와 감도 높은 포스터들 덕분에 눈이 즐거운 곳이기도 하죠. 그 뿐인가요. 책을 구매하면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혹은 티와 같은 무알콜 음료와 생맥주, 포르토 와인, 하이볼과 칵테일 등의 주류, 약간의 주전부리까지 판매하고 있으니 입이 즐거운 곳이기도 합니다. 곳곳에 있는 간접 조명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에 장시간 독서에도 무리가 없을 거예요. 입장은 무료. 책이나 음료를 구매하지 않아도 잠시 들러 쉬었다 가도 된답니다.

무엇보다 소수책방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디톡스 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은 스마트폰을 소지하면 입장할 수 없다고 해요. 사실 책 보려고 마음 먹긴 하지만, 한두장 넘기고 곧바로 SNS를 탐닉하기 일쑤죠. 잠시동안 불안할 수 있겠지만, 오롯이 책과 사색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대신 자리마다 비치된 메모장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소수책방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서점 운영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김문 작가가 그날그날 시의성에 맞춰 올려놓은 도서 큐레이션도 있으니 참고해보세요.

사진 소수책방 인스타그램(@sosoobook)

백색소음은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를 합한, 넓은 음폭의 소리를 말합니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어요. 우리가 주로 잠잘 때 듣는 ASMR이 바로 백색소음의 대표적인 예시죠. 시끌벅적한 홍대에서 고즈넉한 연희동으로 넘어가는 길목, 연남동에는 이 ASMR과도 같은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름 그대로 '백색소음'이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과 요리, 와인이 모두 존재하는 매력적인 곳이에요.

낮은 조도의 조명과 앤티크한 인테리어가 반기는 백색소음은 서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레스토랑 혹은 와인바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책장을 수놓은 수많은 도서들과 혼술이 가능하도록 마련한 1인용 테이블, 냅킨에 적힌 소설가와 평론가들의 명언들은 이곳이 글과 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임을 알 수 있게 해주죠. 서가에 비치된 책들은 모두 읽을 수 있고, 판매용 도서는 한 켠에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일반적인 술집처럼 시끄럽지는 않지만,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정숙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따라서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거나 절친한 친구들과의 가벼운 모임 자리를 갖기에도 충분한 공간이죠. 중앙에 커다란 원테이블이 자리하고 있고, 4인용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거든요. 무엇보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간단한 안주 플레이트 등 요리를 주문할 수 있어 식사가 가능합니다.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는 바로 '가지구이'로 가지를 싫어하는 이들도 맛있게 먹었다는 후기가 많을 정도죠. '와알못'들을 위해 와인 추천이 가능하고, 맥주와 증류주 등 다양한 주류도 판매하고 있으니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책이 고플 때 방문하기 좋습니다.

사진 백색소음 인스타그램(@whitenoise_osteria)

번화가를 흔히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에 빗대어 '-로수길' 혹은 '-리단길'을 붙이곤 합니다. 샤로수길은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부근에 형성된 거리로, 서울대입구를 상징하는 정문의 '샤'와 '-로수길'을 합친 단어죠. 특히 이국적인 음식들을 파는 레스토랑과 여럿이 모이기 좋은 펍들이 즐비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기도 해요. 이 가운데 조용히 자리잡은 '음주가의 책방'은 혼술을 좋아하는 내향인들의 성지같은 곳입니다.

음주가의 책방은 실제로 누군가의 서재에 초대된 듯 아늑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들어가는 입구도 스피크이지바처럼 빈티지한 소품들로 꾸며졌고, 한쪽 벽에 장식된 LED 벽난로와 책장은 마치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기숙사를 연상케 하죠. 이곳이 '슈퍼 샤이'들의 성지인 이유는 독서와 개인 작업, 휴식을 위한 조용한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3인 이상의 입장과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안내만으로도 내향인들은 마음의 안정을 얻거든요. 널찍하게 떨어진 테이블에 서로 방해받지 않으며 각자의 시간을 즐기기 충분합니다.

혼책에 술이 빠져셔는 안되겠죠. 대학가답게 합리적인 가격의 술과 안주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1만원 미만의 가격대인 글라스 와인도 부담없이 즐기기 좋죠. 콜키지도 가능한데요, 한 병당 2만원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가져와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맥주와 하이볼, 위스키도 판매해 다양한 음주 취향도 만족시키죠. 음식 냄새가 나지 않도록 조리되는 갖가지 가벼운 안주들도 있어, 독서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심심한 입을 달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시크릿 북'을 판매한다는 것. 주인장의 큐레이션으로 셀렉된 책들은 앤틱하게 포장되어 있는데, 겉에 적혀진 글귀만으로 어떤 책일지 유추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진 음주가의 책방 인스타그램(@winenbook)

누구에게나 '동굴로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죠. 정말로 힘들 땐 그 누구의 위로도 보탬이 되지 못하니까요. 오로지 나 자신과 대면하는 '동굴'에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다보면 평안과 해결방안 모두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마이리틀케이브', 줄여서 '마리케'는 이름 그대로 동굴같은 아늑함과 편안함을 주는 곳입니다.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역삼역 부근에 위치해 있어 머리 아플 일이 많은 회사원들이 퇴근 후 방문하기 좋은 곳이죠.

마리케의 밤은 오후 6시 30분에 시작입니다. 운이 좋다면 칼퇴를 하고 바로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죠. 들어서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유리 통창으로 한시 바삐 귀가하는 직장인들을 구경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창을 따라 기다란 바 형태의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소파와 1~2인용 테이블 등 서로 널찍하게 떨어진 좌석과 함께 곳곳에 책장이 비치되어 있어 원하는 책과 자리를 고를 수 있어요. 한켠에는 각종 진(jin) 병이 진열된 바가 있어, 필요한 음료를 주문하면 됩니다. 청량항 하이볼을 비롯해 달달한 칵테일, 깔끔한 진토닉 등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며, 논알콜 음료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마리케에 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오후의 땡땡이'라는 재미난 이름의 서비스를 예약하면, 오후에도 마리케를 방문할 수 있어요. '반차 쓰고 가기 좋은 곳'이라는 콘셉트죠.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 무인으로 운영되며 예약 완료시 친절한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고 합니다. 음료는 반입이 가능하지만 음식물은 불가하고, 큰소리의 대화도 자제해야 하니 방문 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북 큐레이션과 북토크, 북클럽 등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고 해요.

사진 마이리틀케이브 인스타그램(@mylittlecave_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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