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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번거로운 즐거움
더할 나위 없이 음악 친화적인 세상입니다. 시디, 테이프 없이도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곡을 스트리밍 할 수 있으니까요. 자연스레 식당과 카페는 온종일 노래를 부르고, 길거리 모두의 고막은 에어팟으로 빈틈없이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불편했던 옛날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앨범 한 장을 앞에 두고 살까 말까 수 시간 고민하거나, 커버만 봐도 좌심실이 뭉클한, 그런 추억의 앨범을 만난다는 게 더는 흔치 않은 일이 되어 버렸으니까.
여전히 누군가는 음반을 수집합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바이닐(LP)을 보면 금액과 상관없이 가격표의 먼지를 털죠. 10월은 레코드 숍을 소개합니다.
매일 뭔가를 듣지만, 가끔은 왜 듣는지 잘 모르겠어요. 같은 음악, 반복되는 플레이리스트는 우리 귀에서 이어폰을 말끔히 분리해내요. 하지만 빡빡한 일상에 음악이라도 없으면 너무 건조하니까, 우리는 금세 다시 주머니를 뒤적거립니다. 각자에게 꼭 맞는 음악, 추천해 줄 누군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AI 말고 사람이 직접이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낳은 공간. 입구부터 힙한 ‘다이브 레코드’는 서울을 대표하는 아날로그 감성 음반 매장입니다. 빈티지와 모던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공간은 주인장 취향이 담긴 여러 소품과 아이템으로 가득하죠. 매장에는 기반이 탄탄한, 다채로운 장르 음반들이 청자(聽者)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듣고자 하는 열린 마음을요. 소울부터 재즈, 펑크, 레게까지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키는 폭넓은 선택지는 어떠한 고막도 무리 없이 사로잡습니다. 직접 만든 인센스 향 또한 우리를 한층 음악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죠.
다이브 레코드는 LP 신생아, 혹은 덕후에게 특히 이롭습니다. 이유는 바로 이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깊고 친절한 음반 큐레이션 때문인데요. 매주 ‘다이브·바이브·라이브’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다이브 레코드는 그 누구보다도 ‘좋은 곡 알리기’에 진심입니다. 인생 첫 바이닐을 고민하는 입문자, 취향저격 새 음반을 갈구하는 마니아들에게, 사장님은 레코드 큐레이터로서 신중하지만 정확한 음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요. 이들은 스피커도 직접 디자인, 제작해요. ‘좋은 음악’, ‘음악이란 무엇일까’ 등의 고민을 원료 삼아 좋은 레퍼런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연구하죠. 낯선 앨범이 새로운 설렘으로 변모하는 과정, 취향과 감도에 맞는 질 좋은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우리가 다이브 레코드를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 아닐까요?
사진 다이브 레코드 제공·다이브 레코드 인스타그램(@diverecords_seoul)
유독 음악이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관을 나와서도 멜로디가 귓가를 맴돌고, 찬물 세수에도 정신만 더욱 또렷해지죠. OST(Original Sound Track)는 단순한 삽입곡의 영역을 넘어 우리 플레이리스트 한 켠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곡 하나로 영화가 유명해지기도 하고요. 을지로 4가에서 도보로 10분, 영화광을 위한 아담하지만 어마어마한 공간이 있습니다.
‘금지옥엽(金枝玉葉)’은 서울을 시작으로 전주와 목포, 부산까지 총 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영화 전문 편집숍입니다. ‘My Own Private Cinema’ 슬로건 아래 영화와 관련된 다채로운 음반, 서적, 소품 등을 취급하고 있죠. 금지옥엽이라는 브랜드 이름은 장국영 주연의 영화 <금지옥엽(1994)>에서 착안했다고 해요. 단어가 주는 레트로 감성이 공간과 잘 어울리고, 말의 의미처럼 여러 사람에게 아낌 받는 장소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매장 분위기는 따스하고 차분합니다. 다정한 조명,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영화 OST가 우리를 음반, 음악에 더욱 몰입시키죠. 한 쪽 벽면은 다채로운 LP 판들로 가득합니다. 오래된 작품부터 최근 것까지, 알짜배기 영화 음반이 소유욕을 자극하는데요. 매장 턴테이블로 청음도 가능하니 구매 전 미리 감상해보세요. 수익의 일부는 지역 소영화관과 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용됩니다.
사진 금지옥엽 인스타그램(@cherish_storage)
대한민국 트렌드의 중심, 서울. 그렇다면 오늘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떡볶이 왕국 신당동입니다. 아날로그 감성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신당동은 동네 곳곳에 감각적인 식당과 술집, 여러 볼거리가 숨어 있어요. 자칫 지나칠 수 있는 골목, 건물마다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아지트가 새 친구를 기다리고 있죠.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요? 걱정 마세요. 간판이 없으면 깃발이라도 보일 테니까!
신당동 주택가에 자리한 ‘모자이크’는 오래된 식당을 개조하여 만든 레코드 숍입니다. 작고 투박한 공간이지만 감각적인 인테리어, 외국인 사장님 덕분에 특유의 아늑하고 빈티지스러운 매력이 돋보이죠. 매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건너온, 유니크한 LP들이 가득합니다. 1970년대 소울 음악 장르 레어 그루브를 시작으로 재즈, 아프로, 레게, 사이키델릭, 포크 등 사장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반이 구비되어 있어요. 좋은 안목으로 큐레이션 된 바이닐 컬렉션, 대중성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모자이크의 방문 포인트이자 섹시한 플러팅 기술입니다. 낯설지만 즐거운 경험이죠. 물론 청음도 가능해요.
모자이크는 음료도 판매합니다. 커피 한 잔 들고 음반을 디깅하거나, 계단식 쉼터에 앉아 즐길 수도 있죠. 메뉴는 단출합니다, 민트 티와 커피. 이토록 가벼운 구성은 음악을 1순위로 하는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머무는 사람의 마음에 여유로움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티의 경우, 주문 즉시 민트를 뜯어서 만든다고 하니 민트 러버들은 꼭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모자이크 제공(ⓒMarcin T. Jozefiak / INSTAGRAM @mtjozefiak )